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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묻고 산다는 것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것 – 김시천 안부, 떄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것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 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도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이 땅의 모든 사람과 사람들이여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잘 살고 있는지를
소주병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아름다운 책 아름다운 책 - 공광규 어느해 나는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읽었다 도서관이 아니라 거리에서 책상이 아니라 식당에서, 등산로에서 영화관에서 노래방에서 찻집에서 잡지 같은 사람들 소설 같은 사람들 시집 같은 사람들 한장 한장 맛있게 넘겼다 아름다운 표지와 내용을 가진 책이었다 체온이 묻어나는 책장을 눈으로 읽고 혀로 넘기고 두발로 밑줄을 그었다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최고의 독서는 경전이나 명작이 아닐 것이다 사람, 참 아름다운 책 한 권
김용태 시인 바람이 전하는 말 1. 바람이 전하는 말 / 김용태                                  하현달 아래서였습니까 이별은 아직 일러 추억으로조차 잉태되지 못해 여기 까지가 緣인것 같다고, 어설픈 인사 대신 묻지도 않은 답을 건네고 휘청이며 돌아오는 길에 여..
민들레의 절반은 바람이다 민들레의 절반은 바람이다 / 김민자 쇠똥 떨어진 길섶 보리밭 두렁 민들레 속씨 하나 낙하산을 반쯤 펼치고 있다 잡초 속에 홀로 꿋꿋한 샛노란 민들레 깃발 어느 맑고 빛나는 봄날 어미 꽃과 작별을 하고 민들레 갓털이 바람타고 날아간다 민들레의 절반은 바람이다 형체 없는 바람의 아..
소중한 사람을 지우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우세요" 어느 교수의 질문 어느 강좌시간에 교수가 한 여성에게 말했다 앞에 나와서 칠판에 아주 절친한 사람 20명의 이름을 적으세요 여성은 시키는대로 가족, 이웃, 친구, 친척 등 20명의 이름을 적었다 교수가 다시 말했다. 이제 덜 친한 사람 이름을 지우세요 여성은 ..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 오마르 워싱턴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을 받는 일은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으므로. 나는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배려해도 어떤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인생에선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 배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보다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
서해안 서해안(西海岸) / 이근배 무수한 시간들이 밀려와서 부서지고 부서진다. 바다가 우는 것이라고 보면 우는 것이고 아득하다고 하면 하늘 끝은 아득하기만 할 뿐이다. 억새풀아, 억새풀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바다의 무엇이 그리운 것이냐. 밀물로 와서 주는 말 썰물로 가면서 남기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