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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동백꽃 시 모임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선운사 동백꽃 / ..
새해 새해 / 피천득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다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5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2017년 1월 12일 엉터..
울고 들어온 너에게 '울고 들어온 너에게' / 김용택시인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 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 그렇습니다 옛날 옛적에 첩첩 산..
12월의 단상 12월의 단상 / 구경애 저기 벌거벗은 가지 끝에 삶에 지쳐 넋 나간 한 사람 걸려 있고 숭숭 털 빠진 까치가 걸터앉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참새는 조잘거리고 지나던 바람은 쯧쯧, 혀차며 흘겨보는데 추위에 떨던 고양이 한 마리 낡은 발톱으로 기지개 편다.
도반 (道伴) ◈ 도반 ◈ 공양간에 숨어 졸다 그만, 동자는 스님의 눈에 띄고야 말았습니다 백팔배 벌에 울다 지친 동자에게 노승은 말없이 마른 무릎을 내어줍니다 생기 잃어 거친 손으로 동자의 등을 쓸던 노승의 눈에도 이내 엷은 졸음이 얹히고 불경을 읊조리는지 아니면 낮게 코 고는 소리인지 가..
내가 백석이 되어 내가 백석이 되어 ​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
도종환시인 2016년 4월3일 무심천 마라톤 현장에서 도종환시인님를 만났습니다. 겁나게 반가웠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두손 모아봅니다.
6월의 장미 6월의 장미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