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new 계족산 2018. 11. 7. 20:39




서해안(西海岸)  / 이근배


무수한 시간들이 밀려와서 부서지고 부서진다. 
바다가 우는 것이라고 보면 우는 것이고  
아득하다고 하면 하늘 끝은 아득하기만 할 뿐이다. 
억새풀아, 억새풀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바다의 무엇이 그리운 것이냐. 
밀물로 와서 주는 말  
썰물로 가면서 남기는 말  
모래톱은 씻기우면서 살 부비면서 쌓이고, 
지나가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한 순간을 보일 뿐인 서해낙일(西海落日) 
타는 숯덩이 같은 해를 바다가 삼킬 때, 
세상의 적막이 다시 끓어오르는  
외로움의 끝, 끝에서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