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의 말

new 계족산 2017. 8. 28. 14:52


어떤 나무의 말  /  나희덕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요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곧 무거워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요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관(棺)이 되도록 허락해 주십시요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 지는 마십시요